중국 하면 떠오르는 것은 공산주의에 마오쩌뚱과 시진핑의 경제정책으로 자본주의의 정치적 발전이라는 점에서는 뒤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명나라 말기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공업이 성장해 있었고 이에 따라 노동자 파업, 인력 시장의 형성 등 현대적 경제활동과 별반 다르지 않은 현상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16~17세기 특히 명말청초(明末清初) 중국에서는 자본주의적인 산업 발전이 꽤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양자강 하류 지역에는 직물 수공업이 성행해서 소주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위에 무수한 중소도시들이 연계돼 있어 일종의 직물타운을 이루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면화 재배, 씨 빼기, 방적, 방직 등의 공정이 분화되어 있었고 상인 자본이 전체 과정을 통괄했습니다.
소주의 경우 직기를 수대에서 수십 대까지 가진 직물업소가 무려 1만여 곳이나 되었고 이들은 직공, 무늬공, 염색공 등 분야별로 노동자를 고정으로 고용했습니다. 이렇게 고정된 일터를 마련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매일 새벽에 수십 명씩 모여 각 기능별로 정해진 다리 밑에서 직물업자가 불러 주기를 기다렸습니다. 현대의 새벽 일용노동 시장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세계 학계에서는 이를 '자유로운 노동 시장의 성립', '자본주의의 맹아'로 보는 설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어 왔다고 합니다.
당시 중국의 정세는 명재상 장거정(張居正)이 죽은 뒤 환관들이 득세하여 횡포를 일삼았습니다. 이들은 전국의 중요한 도로마다 징세관을 파견하여 오가는 상인들에게 상세(商稅)를 강제로 징수했고 도시의 직물업자에게도 직기의 수에 따라 과중한 세를 물게 하여 민심이 크게 동요했습니다.
이렇게 민심이 동요하던 중 1601년 마침내 환관의 횡포에 저항하는 직물 노동자들의 파업과 폭동이 발생했습니다. 환관이 파견한 징세관 손융(孫隆)은 소주의 6개 성문에 각각 세관을 설치하고 기타 교통의 요충지에서도 상세를 강제 징수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곡상 등 상인들은 소주에 발을 끊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주의 모든 물가는 폭등했습니다. 그 결과 소주 시내 상업은 마비되고 직물업소의 폐업은 속출하고 직물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6월 6일 마침내 소주 시내의 직물 노동자들은 직장을 빠져나와 거리 시위를 벌이다 손융 일파를 습격하여 살해하고, 손과 결탁해 사리를 꾀한 그 지역 거부인 정원복(丁元復)의 집을 불태웠습니다. 이에 놀란 정부는 일단 상세의 폐해를 시정할 것을 약속했고 폭동은 가라앉게 되었습니다. 사건 수습 과정에서 처벌할 사람이 필요했던 정부에게 직공으로 자처하는 갈성(葛成)이라는 사람이 군중 속에서 나와 스스로 사태의 주모자로 자처하며 중형을 청했습니다. 이에 책임 추궁은 그 정도에서 그쳤으며 그의 의리에 감동한 소주 시민들은 그를 갈장군이라고 칭송했다고 합니다.
정치 투쟁의 양상을 띤 이 중국 최초의 노동자 파업과 시위에서 직물 노동자들은 시종 정연한 규율과 조직적인 행동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들의 투쟁은 당시 소주 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을 뿐 아니라 그 지역 관리와 지식인들의 지원도 직간접으로 받았습니다.
그러나 강남 지역(양자강 하류)을 중심으로 싹을 키우던 자본주의적인 경제 활동은 1644년 이민족인 청의 북경 점령으로 꽃이 피기도 전에 된서리를 맞아 꺾이게 됩니다. 청은 막강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가 느껴지는 이 지역을 불온시하고 대대적인 탄압을 가했습니다. 특히 이 지역의 경제권을 쥐고 있던 가문이 주된 표적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서는 만약 청의 침입이 없었다면 17세기 이후 중국의 자본주의 발전은 상당히 진전되었으리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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