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황동혁 감독이 소설가 김훈 씨의 소설 “남한산성”을 각색해서 이병헌, 김윤석, 박해일, 박희순, 고수 등 호화 배우들을 모아 제작한 영화 “남한산성”을 보셨나요? 내용은 잘 아시다시피 병자호란을 겪는 도중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난을 오고 임금이 있는 남한산성을 얼마 되지 않는 군사로 지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그러면서 청과 화친을 하자는 측과 오랑캐에게 굴복할 수 없으니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측으로 나뉘어 정치적인 싸움을 합니다. 영화의 장면 중 설날로 추정되는 어느 날 아침 어린 소녀가 김윤석이 분한 김상현 대감에게 식사로 떡국 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가 담긴 조그마한 밥상을 가져다줍니다. 김상현은 소녀에게 아침을 먹었느냐고 물어보고 소녀는 먹었다고 했지만 바로 꼬르륵거리는 소리를 내게 됩니다. 이에 김상현은 자신은 먹기 싫으니 소녀에게 먹으라 합니다. 이에 소녀는 설날에 떡국을 먹지 않으면 나이를 먹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거절을 합니다. 이에 김상현은 임금이 준 음식을 버리면 벌을 받게 된다고 하자 그제야 소녀는 떡국을 먹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렇게 설날이면 온 가족이 모여 떡국을 먹으며 소원을 빌고 덕담을 나누는 것이 우리네 전통입니다.
설은 가까이 다가오는데 어린 것에게 떡국 한 그릇 먹일 수 없는 형편이었다. 아이에게 떡국 한 숟가락이라도 먹이고 싶어 전당포 문이 닫히기 전에 떡 사고 간장 사서 설날 아침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빨아서 다듬어놓은 옥양목 치마 한 벌을 전당포에 맡겼 다. “이십 전이라도 주시오.” 이 말을 들은 전당포 주인이 "치마를 어디에 쓰겠느냐"라고 말하면서도 치마를 놓고 가라며 삼십 전을 내주었다.
일제강점기인 1927년 2월 2일자의 동아일보의 기사입니다. 설날이라고 기를 쓰며 떡국 한 그릇이라도 먹이려고 애쓰는 모정에 감동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인정이 살아 있음에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설날에는 반드시 떡국을 먹어야 할까요? 육당 최남선은 떡국이 먼 옛날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낸 후 복을 빌며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정월 초하루인 설날은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천지만물이 새롭게 태어나는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양의 기운이 새롭게 태어나 만물이 되살아나는 날, 질병을 예방하고 장수를 빌며 한 해 동안의 평안과 풍요를 기원하면서 먹던 음식이 바로 떡국이라는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렇게 떡국이 복을 구하는 음식이 된 이유는 그 재료인 가래떡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가래떡은 다른 떡과 달리 끊어지지 않게 길게 늘여 만듭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설날이면 멥쌀가루를 쪄서 커다란 목판 위에 다 놓고 떡메로 무수히 내리쳐 길게 늘여서 만든다"고 했는데 지금이야 방앗간의 기계가 스 일을 해주지만, 옛날 굳이 힘들게 무수히 내리치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떡을 길게 만든 것은 가래떡에 국수를 장수의 상징으로 여긴 것과 같이 장수의 소원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떡국에는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희망도 담겨 있습니다. 가래떡은 굵고 길죠. 그래서 떡국을 끓이려면 떡을 썰어야 하는데, 옛 문헌에서는 하나같이 가래떡을 동전 모양으로 썬다고 표현했습니다. ”동국세시기“에서는 "동전처럼 얇고 가늘게 썰어 소고기나 꿩고기를 넣은 후 후춧가루로 양념을 한 후에 먹는데 이를 떡국이라고 부른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동국세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한양의 세시 풍속을 기록한 ”열양 세시기“에서도 섣달 그믐날이면 가래떡을 엽전 모양으로 가늘게 썬 후 설날 떡국을 끓여서 식구 숫자대로 한 그릇씩 먹는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떡국에는 이렇게 가래떡처럼 길게 오래 살게 해달라는 장수의 소망과 부자 되게 해 달라는 소원이 담겨 있습니다. 꿈은 이뤄진다고 했으니 비록 신정이지만 며칠 후 온 가족이 떡국을 먹으며 한 해 건강과 부자의 꿈을 다져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일제강점기인 1936년에 증보 출판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이라는 요리책에 있는 떡국 끓이는 방법 중 일부를 현대어로 바꾸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떡국
”매를 많이 맞인 흰떡을 어슷 썰기로 썰어놓고 맑은 장국을 끓여 끓어오를 때 떡을 넣어 잠깐 익혀서 그릇에 푸고, 산적구이를 얹고, 생치도 구어 얹고 후춧가루를 뿌리고 달걀을 풀어 얹어 먹습니다. 또 전병이나 물만두를 넣어서 먹어도 좋고 국을 끓일 때 잣을 같이 넣어 끓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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