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2015)”을 기억하시나요? 전지현, 하정우, 조진웅, 이정재 씨 등이 출연을 한 일제강점기 시절 민족반역자들을 처단하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대화 중 조진웅 씨가 신흥무관학교 출신이라는 것이 나옵니다. 일제에 비해 무기 등의 보급이 열악했던 독립군에게도 좋은 장교가 필요했습니다. 게다가 독립군은 최소한 장교의 질만은 일본을 능가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장교를 양성했던 대표적 조직, 즉 독립군사관학교가 1911년 6월 10일 개교한 신흥무관학교입니다.

그럼 군대에서 장교가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요? 과거에는 일반 백성들을 징병해서 전장에 투입했기 때문에 장교, 즉 직업군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습니다. 장교는 전투 경험이 없는, 그저 '무리'에 지나지 않는 사람들을 묶어 대형을 만들고 잘 싸우게 하려면 정치 · 경제 · 사회 · 심리 · 철학 등에 두루 능해야 했습니다.
이 학교를 일반적으로 '신흥무관학교'라고 칭하는데, 일본의 눈치를 봐야 하는 중국 땅에서 노골적으로 군사적 명칭을 쓸 수 없었던 까닭에 '신흥강습소', '신흥중학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학교도 기밀을 유지하려면 아무 곳에나 세울 수 없어 일부러 산을 의지해 세웠습니다. 이렇게 적당한 부지를 매입하여 건물을 짓고 필요한 물건을 은밀히 사들이고 유능한 선생을 모셔야 했으므로 돈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이회영 등 경주 이 씨 집안의 돈이 이곳에 투입되었습니다. 그래도 독립군 양성에 필요한 것들을 갖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먹을 식량을 직접 농사지었습니다. 그래도 먹을 것이 넉넉지 못해 항상 굶주렸습니다.

그러면 일본군은 어땠을까요? 1875년 문을 연 일본 육군사관학교는 이미 당시 4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었습니다. 천황이 직접 챙겨서 모든 보급이 풍부했으며,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의 교관들이 와서 선진 군사기술을 가르쳤습니다. 거기에 엄격한 선발로 생도들의 육체적 질도 매우 높았습니다. 당시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하여 사기도 높고 실전 경험도 풍부했습니다. 독립군 사관생도들이 먹을 것을 구하러 다닐 때, 일본 사관생도들은 공부하고 육체 단련하고 실전 경험을 쌓았던 것입니다.
독립군이 일본군에 비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애국심이라는 주관적인 관념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신흥무관학교 생도들은 끝까지 버텨내주었습니다. 그분들의 하루 일과표는 대단히 빡빡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 오전 오후 내내 군사훈련과 교과 수업을 받았습니다. 수업 과목은 국어·중국어·역사·지리·수학·화학·도덕·음악 등 이었고, 군사훈련도 총검술과 사격·산악행군까지 다양했습니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먹기 위해서는 틈틈이 농사를 짓고 다른 일도 했습니다.

1919년 3·1 운동이 일어나자 만주의 독립군 기지들은 전투부대로 조직을 개편하고 국경을 넘어 본격적으로 일본군과 교전을 벌였습니다. 신흥무관학교 교사와 학생들은 각 부대의 지휘관으로 임관하여 전투를 지휘했습니다. 이들이 국경 곳곳의 일본군 부대와 관공서에 피해를 입히자, 일본은 대규모 토벌군을 편성해 만주로 파견했지만 봉오동전투(1920/6)와 청산리대첩(1920/10)에서 참패를 당했습니다. 누가 보아도 객관적 전력에서 열세인 독립군이 일본군을 이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지휘관의 우수한 능력이었습니다.
당시 일본군은 독립군 장교의 실력을 몰랐지만 독립군은 일본군 장교의 실력을 잘 알았습니다. 그럴수 있었던 이유가 당시 일본 육사에는 한국인 생도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개 친일파가 되었지만, 졸업한 뒤 혹은 도중에 탈출해서 독립운동에 가담한 분들도 있었다. 일본 육사 11기 노백린 · 김의선, 15기 류동근, 23기 김 경천, 26기 지청천, 27기 이종혁 등이 그분들입니다. 이들이 일본 육사의 실태와 장교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어서 미리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참패를 거듭한 일본군은 신흥무관학교를 수색하는 한편 "신흥 무관학교 교사 및 학생들은 체포 즉시 처형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들을 없애지 않으면 독립군이 일본의 항상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포로 규정과 상관없이 학살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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