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이 미군의 목숨을 구했다고요?

1907년 미국에서는 “투시 롤”이라는 캐러멜 류의 사탕이 출시되었습니다. 이 투시 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전투식량으로도 지급되었으며, 간식 이외에 군수물자 역할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가령 추운 겨울 적의 총탄에 연료통이 구멍이 나면 임시로 '투시 롤'을 입으로 녹여 구멍을 틀어막으면 금세 얼어 용접한 것 못지않았다고 합니다.

투시 롤(사진출처:나무위키)

 

제2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항복으로 끝나고 5년 뒤인 1950년 한반도에서 6·25 전쟁이 터졌습니다. 3년에 걸친 이 전쟁에서 특히 장진호(長津湖) 전투는 2017년 5월 미국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대 박물관에 기념비가 건립될 정도로 가장 참혹했던 싸움이자 미국 해병대 창설 이후 가장 치열했던 전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전투는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13일까지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 부근에서 미 해병대와 육군이 중공군 7개 사단 12만 병력의 포위를 뚫고 흥남으로 철수한 작전입니다.

 

이 장진호 전투가 가지는 의미 중 하나는 현대전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대가 제대로 맞붙어 싸운 첫 번째 전투라는 것입니다. 이 전투에서 해병대와 미군은 “포위섬멸작전”에 빠진 전투였습니다. 미군은 이 전투에서 약 3만 명의 군인 중 1,029명 사망, 4,894명 실종, 4,582명 부상, 비전투 손실 7,338명 총합 17,843명 손실의 전사자를 내고 철수할 수 있었습니다.

 

장진호 전투 기념비(사진출처:연합뉴스)

 

중국은 총 12만명의 군인을 이 작전에 투입하여 전투손실 19,202명 사상, 비전투손실 28,954명 (동사자 약 4,000명 포함, 대다수가 동상자) 총합 약 48,156명 손실을 입고서 겨우 승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중국에서는 2021년에는 영화 “유랑지구”가 나오기 전까지 최대의 중뽕 영화인 “장진호 전투”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미군이 철수했으니 본인들이 승리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사망자의 유형이나 그 규모에서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 이야기한 사탕 투시 롤이 이 장진호 전투에서 하나의 일화를 만들었습니다. 중공군에게 포위된 채 고전을 면치 못하던 미 해병대 제1사단 박격포 부대의 통신병이 탄약 보급부대에 긴급하게 무전을 쳤습니다. "지금 초콜릿 사탕이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다. 더 이상 남아 있는 초콜릿 사탕이 없다. 긴급하게 초콜릿 사탕을 지원해 주기 바란다." 후방 지원부대의 통신병은 어리둥절했습니다. 하지만 적군에 포위된 부대에서 초콜릿 사탕을 보내달라고 긴급요청을 했으니 통신병은 무전 내용을 그대로 보급대에 전달했습니다. 그래서 수송기들이 수백 상자의 초콜릿 사탕을 싣고 장진호 주변을 포위한 중공군의 대공 사격을 피해 낙하산으로 사탕을 투하했습니다.

 

장진호 전투 시 미군(사진출처:한미우호협회)

 

보급품을 학수고대하던 부대원들이 황급히 수거한 보급품 상자를 열어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이 XX같은 것들이 초콜릿 사탕을 보내 달라고 했더니 진짜 사탕을 보내주면 어쩌자는 거야?" 박격포 부대 통신병이 무전으로 요청한 것은 분명히 초콜릿 사탕 맞습니다. 그것도 분명하게 '투시 롤'이라는 초콜릿 사탕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투시 롤‘은 당시 박격포탄을 일컫는 해병대원들의 속어였습니다. 그러니까 박격포 부대 통신병이 요청한 것은 초콜릿 사탕이 아니라 60밀리미터 박격포탄이었던 것입니다. 중공군에 포위된 상태에서 도청을 피하기 위해 해병대 속어를 써서 박격포탄을 요청한 것인데, 보급부대는 진짜 초콜릿 사탕 수백 상자를 투하한 것입니다. 탄약이 떨어진 부대에 사탕만 잔뜩 보냈으니 부대원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보급부대의 통신병이 신참이라서 '투시 롤'이 박격포탄의 암호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생긴 일이었던 것입니다.

 

박격포탄(사진출처:나무위키)

 

 하지만 제1사단 이렇게 화를 내던 해병대원들은 부족한 박격포탄 대신 보급받은 초콜릿 사탕이 박격포탄보다 더 유용하게 쓰이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개마고원의 영하 30도 이하의 강추위 속에서 전투식량이 얼어붙어 먹지 못했을 때 '투시 롤'은 입에 넣어 녹여 먹을 수 있었고 칼로리도 충분히 보충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그 덕분에 미군의 비전투손실 인명이 중국의 그것에 비해 비율이 약 1/4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해마다 열리는 장진호 전투 참전 용사들의 기념식에는 ”투시 롤 인더스트리“에서 '투시 롤'을 제공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