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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의 율동이 간첩의 수신호 라고요?

by 삼둥이 아빠 2024. 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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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국내 가요계를 강타한 여자 가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추자 씨입니다. 김추자 씨는 1951년 생으로 어릴 적부터 어른들이 부르는 판소리를 그대로 따라 할 정도로 음악에 재능을 보였다고 합니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의 김추자 씨는 1959년 “늦기 전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가 수록된 1집을 내면서 가수로 데뷔를 하였고, 그와 동시에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습니다.
 

가수 김추자 씨(사진출처:나무위키)

 
김추자는 데뷔곡인 '늦기 전에' 이후 '님은 먼 곳에', '봄비' 등을 잇달아 히트 시키면서, 당시 최고급 담배였던 청자와 더불어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라는 유행어를 탄생시켰습니다. 당시 큰 키에 육감적인 몸매, 화려한 무대, 그리고 그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몸에 쫙 달라붙는 옷을 입고 리듬에 맞추어 온몸을 움직이며 공연을 하던 김추자 씨의 모습은 많은 남성들을 매혹하게 만들기 충분했고, 거기에 목소리도 특이하여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전까지 가수의 공연은 거의 대부분 가수는 마이크 앞에서 거의 부동자세로 노래를 부르고 가수 뒤편에서 연주단이 악기를 연주하는 밋밋한 모습이었습니다.
 

청자 담배(사진출처:나무위키)

 
1971년 가수 김추자 씨의 사랑 노래인 “거짓말이야”이 나왔습니다. 이 노래는 가사를 보시면 알겠지만 사랑하다 헤어진 연인에 대해 '왜 나를 버렸어, 이 모든 것(헤어지자 하는 말)은 거짓말이야'라며, 실연의 현실을 애써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노래가 1975년 금지곡으로 지정이 되자 이 노래를 순수한 '사랑과 이별 노래'로 인식하는 국민들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1971년 김추자 씨 앨범(사진출처:이투데이)

 
노래를 듣는 국민들은 '거짓말이야'가 금지곡에 오르자 이 노래를 유신정권을 부정하는 노래로 인식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이 노래는 계속해서 나오는 '거짓말' 이라는 단어를 계속 듣다 보면 귀에 '거짓말이야' 이 부분만 기억에 남습니다. 요즘 언어로 이야기하면 후크송이 된 것입니다. 신중현이 '실연' 내용을 담고 있는 노래로 만들었지만, 대중에 의해 노래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게 된 것입니다. '거짓말이야'가 정권을 겨냥한 '조롱'의 노래로 전환된 것입니다.
 
이처럼 '거짓말이야'는 정권에 대한 조롱의 노래로 인식되었습니다. '거짓말이야'가 한창 히트하던 1975년, 유신정권은 제발이 저렸던 것인지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김추자 거짓말이야 유튜브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9bnhITPx5Tk

 
'거짓말이야'는 1975년 예술문화윤리위원회(예륜)과 방송윤리위원회(방윤)에 의해 금지곡으로 지정됐었다가, 1983년에는 공연윤리위원회 (공윤)에 의해서도 금지곡으로 묶였습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이 노래를 공식적으로 부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들의 공식적인 금지 사유'가사 내용 불신 조장'과 '창법 저속'이었습니다. 송창식 씨의 “왜 불러”는 반말을 한다는 이유로 미풍양속을 해친다며 금지곡이 되던 시대였습니다. 이렇게 암울한 시대를 견디던 이 노래는 1987년 8월 18일 공윤 금지곡 해제, 1987년 9월 5일 방심위 금지곡 해제가 되어 다시 대중들의 앞에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당대 톱스타 반열에 오른 김추자에게는 여러 가지 소문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소문이 바로 '김추자 간첩설'입니다. 1971년 '거짓말이야'로 활동하고 있을 당시 노래와 함께 하는 손짓(춤)이 북한과의 교신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여 실제로 당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중앙정보부에서 내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그녀의 집에서 간첩들이 사용하는 난수표가 발견됐다는 소문도 돌았습니다. 하지만 김추자 씨가 직접 중앙정보부에 불려 가 조사를 받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그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음악이 주어지면 그때마다 동작이 저절로 나와 거기에 맞추거든요. 그뿐이죠. 그런데 그 무렵 청와대 비서실에서 저더러 청와대에 들어오라고 했지만 결국 안 들어갔거든요. 그땐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시절이었어요. 저뿐만이 아니고 많은 가수가 중앙정보부 파 티에 불려 갔었죠. 1971~72년 언저리쯤입니다. 재벌 회장이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해서 나간 적도 있고 '저무는 바닷가' 노래를 촬영하러 바닷가 인근의 컨트리클럽에 갔을 때는 녹화 도중에 모 언론사 사장 이 밥을 먹자고 해서 불려 간 적도 있습니다. 청와대 제의를 거절해서 괘씸죄에 걸린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
 
하여간 이 덕분에 1975년을 기점으로 얼마동안 가수들은 그 전과 같이 얌전히 마이크 앞에 가만히 서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수애 님은 먼곳에(영화 "님은 먼곳에" OST) 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ICfXh4D5Jys
 
젊은 층들이 ”거짓말이야 “는 모른다 할지라도 조관우의 리메이크 곡으로 더 유명한 '님은 먼 곳에'는 아시는 분들이 꽤 되실 겁니다. 이 노래는 1969년부터 1970년 2월까지 TBC(동양방송)에서 방영한 동명의 드라마 주제가로 만들어졌습니다. 김추자에 앞서 처음 이 곡을 부르기로 내정된 가수는 패티김이었습니다. 그런데 녹음 당일 패티김이 "이런 곡은 못 부르겠다”라고 거절하면서 김추자가 급하게 대타로 선정됐다고 합니다. 나중에 많은 가수들이 이 노래를 리메이크를 했지만 리메이크 중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조관우 씨도 “김추자 선생님의 원곡을 따라 할 리메이크 곡은 있을 수 없다.”라고 단언할 만큼 김추자 씨의 음색은 훌륭했고 이 곡을 맨 처음 거부했던 패트김도 나중에 이 노래를 앨범에 수록했다고 합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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