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에게 매콤하게 양념한 닭발은 술안주로 제격이고 굳이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가벼운 먹을거리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요리입니다. 보기에는 닭의 발목을 잘라서 매운 양념을 했으니 엽기적인 면도 없지 않아 닭발을 먹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못 먹습니다😂. 하지만 저는 먹어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쫀득쫀득하면서 오돌오돌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라면서 오히려 여자들이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럼 이 닭발은 언제부터 그리고 누가 주로 먹었을까요? 얼핏 생각하면 포장마차나 저렴한 주점에서 주로 팔았던 음식이니 닭을 잡은 후 몸통은 연계백숙(영계백숙)이나 삼계탕 혹은 후라이드 치킨으로 쓰고 쓸모가 없어 버렸던 닭발을 모아서 만든 음식이 인기를 얻은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요?
닭발의 역사를 버리는 부위를 모아서 만든 허드레 음식이나 싸구려 음식이 아니라 옛날에는 고급요리였습니다. 전통요리가 아니라 먹기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은 음식일 것 같지만 의외로 닭발은 기원전부터 먹었던 유구한 역사가 있는 음식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소한 18세기에는 먹었던 그것도 일반 백성들이 배부르게 섭취하지 못하던 동물성 단백질을 보충하려고 먹었던 싸구려 음식이 아니라 왕들이 먹던 궁중요리였습니다.
사실 문헌에서 닭발에 관한 기록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조선 정조 때의 실학자로 18세기 후반에 활약했던 이덕무가 쓴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에 닭발의 이야기가 거론됩니다. 산해진미로 곰 발바닥, 닭 발바닥, 제비 넓적다리, 성성이 입술 등이 있다고 적혀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닭발을 제외하고는 먹을 수도 없고 먹어서도 안되는 야생동물의 고기지만 옛날에는 대부분 천하진미로 꼽히는 식품들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후대의 우리들에게도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곰 발바닥인데 닭발 역시 그에 맞먹는 진미로 꼽혔던 것입니다.
이에 앞선 기록으로는 3세기 말엽 중국 서진(西晉)때 사람인 장협(張協)의 칠명(七命)이라는 문장에 닭발은 등장합니다. 닭발을 천하진미라고 한 장협도 이름을 닭발이 아닌 한음지척(翰音之跖)이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한음(翰音)은 주역에서 닭이 하늘을 날아오르는 소리라고 했고 척(跖)은 발바닥이라는 뜻이니 닭발 요리 하나에 주역(周易)까지 동원해 가며 요란하게 작명을 할 정도였으니 당시의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을지가 짐작이 됩니다. 지금도 중국 사람들은 닭발에다 전설의 새인 봉황의 발톱이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다양한 요리 방법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옛날 진나라의 재상이자 뛰어난 상인이었던 여불위가 자신과 진나라의 명성을 드높이기 위해 전국의 논객과 식객 3천여 명을 모아 저술 및 편찬한 여씨춘추라는 역사책이 있습니다. 이 여씨춘추의 용중(用衆) 편에 이런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제나라의 왕이 닭고기를 먹는 것과 같아 닭고기를 먹을 때 반드시 닭발을 수천 개씩 먹어야 만족을 한다" 얼핏 읽으면 제나라의 왕이 닭발에 환장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그런 뜻이 아닙니다. 여씨춘추를 해석해 놓은 것을 보면 전해지는 이야기로 제나라의 왕은 닭을 먹으면 오직 닭발만 먹었는데 닭발에는 사실 고기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적기 때문에 제대로 배부르게 먹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먹으려면 한 번에 수천 개를 먹어야 했다고 합니다.
고대사람들은 동물들이 발바닥으로 걸어 다니기 때문에 정기가 발바닥에 몰린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천하제일의 진미로 꼽히는 곰 발바닥도 곰이 발로 걸어 다니며 수시로 발바닥을 핥기 때문에 정기가 모여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고 했으니 닭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나라 왕이 닭을 먹으면 오직 닭발만 먹고 또한번에 닭발 수천 개를 먹었다고 하는 것은 닭발을 유독 좋아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여씨춘추에서는 무엇인가를 배울 때 그 장점을 철저하게 배운다는 뜻으로 쓴 말입니다. 남의 장점을 완벽하게 흡수하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해 스스로의 지식과 경륜을 살찌우며 그렇게 해서 자신을 강력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제나라 왕이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배워 자신의 단점을 보완함으로써 천하를 얻었기 때문에 생겨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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