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글은 기독교의 경전인 성경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음을 먼저 밝힙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민족들의 설화 속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대홍수 전설”입니다. 아주 오랜 옛날 태고 적에 일어난 대홍수의 이야기 말입니다. 수메르와 바빌론 신화에도 홍수 설화가 있고, 물론 우리나라의 설화에도 대홍수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장자못전설>, <남매혼설화>, <고리봉전설> 등이 있습니다. <장자못전설>은 중근동이나 서구에서 보이는 것과 가장 비슷한 홍수신화입니다. 악인은 신의 심판을 받는다는 내용인데 악인은 장자이고, 중으로 상징된 인물이 바로 징벌을 주는 주체입니다. 며느리가 시아버지인 장자가 중에게 쇠똥을 시주하자 이를 미안하게 여겨 중을 잘 대해주었는데, 불행하게 중이 내린 금기를 어겨서 집의 무너짐과 대저택이 있던 집터는 연못이 되는 홍수는 피했으나 결국 바위가 되는 비극을 맞이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치 이 이야기는 성경의 노아의 방주와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와도 비슷합니다.
대홍수설화는 신(자연)이 가지는 무시무시한 힘을 자랑하고 그에 비해 보잘것없는 인간의 무력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설화입니다. 대홍수설화의 핵심 주제는 바로 ‘질서화’입니다. 새롭게 질서가 구축되는 과정을 통해 세상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게 된 바로 전 세계의 무질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현 세계의 기원을 설명한다고 이해할 수 있는데, 이 질서화를 코스모스(cosmos)로 설명할 때 이 질서화의 전단계는 질서의 無化 곧 혼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혼란을 우리는 카오스(chaos)로 말하기도 합니다. 신화가 질서화의 과정을 설명한다고 할 때 모든 질서화는 질서가 사라지는 무화(無化)와 카오스의 단계를 전단계로 삼습니다. 또한 질서를 만들고 창조할 수 있는 권능은 그 질서를 없앨 수 있는 권능을 뜻하기도 하기에 현재의 질서를 유지하는 권력에 도전하지 말라는 경고도 주는 것입니다.
수메르 신화에서는 신을 섬기는 사제인 '지우수드라(ziusudra)'가 엔키로부터 계시를 받아, 인간의 소음에 분노한 신들이 장차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을 세상에서 쓸어버리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무 방주에 가족들을 태워 살아남았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지우수드라와 그의 가족들을 태운 방주는 약 7일 동안 계속된 대홍수를 무사히 버텨냈습니다. 지우수드라가 목숨을 건진 데 감사하며 신들에게 소와 양을 제물로 바치자, 이에 감동한 신들은 그를 낙원인 딜문(Dilmun)으로 보내 영원한 생명을 주어 축복합니다.
바빌론 신화의 홍수 설화를 담은 <에누마 엘리시>도 그 내용과 서사 구조는 수메르 신화와 비슷합니다. 다만 수메르 신화보다 나중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용이 좀 더 구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주에 탄 생존자의 이름은 지우수드라에서 우트나피쉬팀(Utnapishtim)으로 바뀌었고, 계시를 내린 신은 엔키의 바빌론식 이름인 에아로 되었습니다. 우트나피쉬팀은 에아의 지시대로 방주를 만들어 자신과 가족은 물론 지상의 동물들을 태우고 물바다가 된 세상을 6일 동안 떠돌아다니다가 니시르(Nisir) 산에서 멈추었습니다. 우트나피쉬팀은 제비, 비둘기, 까마귀를 잇달아 보내 물이 빠졌음을 알아채고 가족과 동물들과 함께 방주를 나와, 신들에게 감사의 제사를 지냅니다. 그리고 그도 지우수드라처럼 신들의 은총으로 불사신이 되어 낙원에서 살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소문을 들은 친구인 엔키두가 죽고 나자 낙심해 있던 길가메시가 우트나피쉬팀을 찾아가자, 그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길을 길가메시에게 가르쳐주기까지 합니다.
<길가메시 서사시>보다 후대에 기록된 구약성경 속 노아의 대홍수는 다분히 수메르와 바빌론의 대홍수설화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유사점을 찾아보면
첫 번째 노아는 지우수드라나 우트나피쉬팀처럼 신을 섬기는 성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신은 대홍수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지우수드라, 우트나피쉬팀, 노아에게만 알리며, 노아와 그 가족, 지상의 동물들을 태울 방주를 짓게 하였습니다.
세 번째 구약성경에 의하면 방주가 아라랏(Ararat) 산에서 멈추자, 노아는 까마귀와 비둘기를 보내서 물이 빠졌음을 확인한 뒤 지우수드라와 우트나피쉬팀처럼 감사의 제물을 바치고 신의 축복을 받습니다. 이렇게 서사의 대부분의 큰 구조가 같다 보니 다른 대홍수 설화와 비교했을 때 노아의 대홍수는 수메르와 바빌론의 대홍수설화를 그대로 가져다가 등장인물의 이름과 내용만 약간 바뀌어 유대인의 경전에 실렸었고 후대에 성경편찬을 할 때 실린 것입니다.
설날입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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