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길가의 노점상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그 안에는 어묵꼬치가 우리를 유혹한다면 이 유혹을 과감히 떨쳐낼 수 있는 사람이 많을까요? 일단 저는 포기합니다 😂 떡볶이, 순대, 꼬마 김밥과 함께 우리의 길거리 간식의 한 축을 담당해 주고 있는 어묵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길거리 음식이죠.
잘 아시겠지만 어묵(오뎅)은 일본에서 발달한 음식입니다. 일본어 사전에서 “おでん(오뎅)”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간장 등으로 삼삼하게 간을 낸 국물에 두부와 어묵, 곤약, 무, 삶은 달걀 등을 꼬치에 꿰어서 끓인 음식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떠오르는 어묵의 이미지와는 약간 다릅지만 지금 일본인이 현지에서 먹는 어묵꼬치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 일본어 사전이니까 당연하군요 ^^; 또 다른 설명으로 두부에 된 장을 발라 꼬치에 구운 음식이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오뎅(おでん)이라는 어묵꼬치의 일본 이름이다. 오뎅이라고 하면 당연히 어묵꼬치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이름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시작이 됩니다. 오뎅을 일본에서 한자로 어전(御田)이라고 씁니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자면 임금 어(御)에 밭 전(田)이니 임금님의 밭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즉, 일본 왕의 개인 농장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임금의 밭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합니다.
오뎅은 일본어 발음으로 뎅(でん)이라고 읽는 밭 전자 앞에 존칭을 나타내는 접두사 어御자 그러니까 일본어 발음으로 오(お)가 붙어 서 생긴 말입니다. 그렇다면 먹을 수 있는 식량이 나오는 밭을 농부가 귀하게 여겨서 존칭을 붙였다는 말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오뎅은 원래 뎅가꾸라고 읽는 전악 (田樂)이라는 말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전악에서 음악이라는 악(樂) 자를 떼어내고 밭 전자 앞에 존칭을 나타내는 접두사 어를 붙여 어전 즉 오뎅이라고 읽게 된 것입니다. 어렵게 이야기하지만 쉽게 우리말로 이야기하면 농악이라는 말이 되네요.
그러면 먹는 음식인 오뎅에 왜 옛날 일본의 전통 농악의 이름을 붙여놓은 것일까요? 일본어 유래사전에서는 두부를 꼬치에 찔러 놓은 모습이 마치 옛날 농부들이 풍년을 기원하며 노래를 부르면서 농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묵꼬치의 모습이 농부가 춤추는 모습과 닮 았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라는 것인데 일본 농부들은 일렬로 정렬해서 농악을 연주하거나 춤을 추었나 봅니다. 여하튼 좀 상상하기 힘든 어원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옛날에도 일본은 지금과 같은 모양의 어묵을 먹었을까요? 지금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옛적에는 두부에 산초를 으깨어 넣은 된장을 발라 구워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간장으로 국물 맛을 내는 법이 발달하기 시작한 에도시대부터 두부는 론이고 곤약이나 무, 생선, 어묵 등을 간장 육수에 삶아 먹기 시작했다고 보여 집니다.
오뎅은 원래 일본 관동 지방의 향토 음식이었으나 1923년에 일어난 관동대지진으로 일본 전국과 당시 식민지였던 한반도에까지 전해졌습니다. 엄청난 피해를 입은 관동에 일본 각지에서 구조자들이 몰려 오고 이들이 관동 지역의 오뎅을 먹고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전국적인 인기 식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오뎅은 일반적으로 어묵을 꼬치에 꿰어 먹는 것인데 전통 일본 오뎅은 오뎅보다는 두부를 주로 먹었습니다. 1937년에 발행된 옛날 일본육군의 조리교본에 오뎅은 꼬치요리라고 표기되어 있고 고기 맛을 내는 두부산적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러니 불과 80여년 전까지만 해도 오뎅은 어묵 보다는 두부를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본 편의점에서도 어묵, 곤약, 무 등을 삶은 오뎅을 볼 수 있으니 “오뎅은 두부다”라고 말이 쉽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조선의 정약용은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서 두부를 꼬치에 꽂아 닭고기 국물에 지져 먹는다고 적었는데 어묵 대신 두부를 꼬치에 꽂았을 뿐 지금 먹는 어묵꼬치와 외형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안습니다. 또 두부에 된장을 발라 구워 먹었다고 했으니 먹는 방법이나 형태도 일본의 어묵꼬치인 전통 오뎅과 유사한 모습을 보입니다.
우연인지 아니면 조선과 일본의 문화교류에서 나온 결과인지 모르지만 비슷해 보이기는 하네요.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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