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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가 귀해질 것이라는 예언이 조선시대에 있었다고요?

by 삼둥이 아빠 2023.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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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과 같이 매서운 바람이 불면 뜨끈하면서도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입니다. 우리의 이러한 입맛을 맞추어주는 음식 중 생태찌개가 있습니다. 이 생태찌개에 주 재료로 사용되는 생태는 생태, 동태, 북어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명태입니다. 명태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우리의 식생활에 중요한 음식 재료이기에 생태찌개, 북어구이, 명란젓 등등 우리의 식탁에서 빼게 되면 왠지 섭섭한 음식입니다.

 

사진출처 : 한국시민기자협회

 

명태가 우리의 애정을 듬뿍 받게 된 것은 단순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혔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흔했는지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은 《임하필기》라는 문집에 “함경도 원산을 지나다 명태 쌓여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마치 한강에 땔나무를 쌓아놓은 것처럼 많아서 그 숫자를 헤아릴 수조차 없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원산에 명태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은 동해안에서 명태가 엄청나게 잡히기도 했지만 원산이 명태의 집산지였기 때문입니다. 그 옛날에는 동해안에서 잡힌 명태의 거의 다가 원산시장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으니 항구나 시장 등에 명태 쌓은 모습은 마치 산더미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사진출처 : 세계일보

 

이 명태가 얼마나 흔했냐면 고종 때 《일동기유>를 쓴 김기수 역시 "살아 헤엄치는 명태가 물에서 활발하게 노는 것조차 구경거리가 되지 못할 정도고 너무 많이 잡히고 값이 싼 까닭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골짜기에 사는 노인과 여자, 아이 들까지도 명태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라고 적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흔한 생선이다보니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바쳐서 배를 채워 주었지만 억울한 취급을 받았습니다. 명태가 너무 흔했기 때문인지 맛있게 먹으면서도 사람들은 명태를 천하게 취급했고 남을 흉볼 때는 명태에다 비유해 욕을 했습니다. 속담에 "명태 만진 후 손 씻은 물로 사흘 동안 찌개를 끓인다"는 말이 있는데 인색한 사람을 탓할 때 쓰는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흔해 빠진 명태임에도 이리 활용을 하려 하니 이런 말을 들은 사람은 조기를 매달아 놓고 밥을 먹고 반찬으로 처다 보았다는 자린고비보다 지독한 사람으로 취급한 것입니다.

또 다른 속담도 정리를 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북어 한 마리 부조한 놈이 제사상 엎는다" => 이 말은 하찮은 것을 주고서 지나치게 생색낸다는 말.

"명태' 한 마리 놓고 딴전 본다" => 겉으로는 별 볼 일 없는 명태 장사를 하는 척하면서 다른 장사를 한다는 뜻.

"북어 껍질 오그라들듯 한다" => 재산이 점점 적어진다는 의미.

 

사진출처 : YTN 사이언스

 

그 외에도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할 때 쓰는 '노가리 깐다'는 속어도 명태가 한꺼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것에 빗대어 생긴 말입니다. 노가리는 명태의 치어 즉 어린 새끼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흔한 생선인데 거기에 새끼까지 엄청나게 많이 잡으니 반가울 것도 없는 것이었죠. 그러니 남자보다 말이 많은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남존여비의 사상에 따라 얕잡아보고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너무 흔해서 가난한 사람도 매일 반찬으로 먹었을 정도라고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이 크지 않은 물고기의 온갖 부위를 알뜰하게 먹었습니다. 껍질에서부터 아가미, 내장, 심지어 눈알까지 빼내어 요리로 만들었습니다. 살코기인 몸통은 물론이고 나머지는 아래의 표와 같이 만들어 먹었습니다.

내장 창란젓 명란젓
껍질 어글탕 or 쌈 아가미 아가미젓
눈알 명태 눈초무침 빈 몸통 명태순대

어른 팔뚝만 한 크기의 명태를 이용해 만드는 음식이 모두 36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그 36가지 음식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음식은 할머니의 손맛을 진하게 그리워하게 만드는 것은 생태찌개, 동태찌개인 것입니다.

 

사진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렇게 흔했던 생선인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류성 어종인 명태를 더 이상 우리나라 바다에서는 예전처럼 찾아볼 수 없으니 안타깝습니다. 사실 지금 우리가 먹는 명태의 90퍼센트는 러시아에서 잡은 것으로, 예전에는 명태가 북해에서 경상도 울진까지 내려왔지만 지금은 원산까지만 내려왔다가 다시 북상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옛 문헌에 흥미로운 내용이 보인다. 이유원의 《임하필기》에 민정중이라는 사람이 "지금은 명태가 땔나무처럼 많지만 300년 후에는 이 생선이 지금보다 귀해질 것"이라고 예견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민정중은 숙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인물인데, 그가 말 한 300년 후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이니 명태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언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버렸네요.

 

사진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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