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를 못 마시면 "미개인"이었다고요?

며칠 전 이야기한 것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의 서사시에도 등장하는 맥주는 고대인들에게 찬사를 받았으며 실제로도 사람들의 건강을 지켜주었습니다. 심지어 약으로도 이용되었습니다.

 

Pixabay 로부터 입수된 👀 Mabel Amber, who will one day님의 이미지 입니다.

 

맥주와 빵은 밀에서 만들어져 만드는 법도 비슷했기 때문에 고대 세계에서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품으로 여겨졌습니다. 맥주나 빵이 통화 대신으로 물물교환의 척도로 사용된 적도 있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맥주는 문명의 증거

<길가메시 서사시>에서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엔키두가 식탁에 앉았다. 목동들은 그 앞에 빵과 맥주를 내놓았다. 그는 빵을 먹을 줄 몰랐으며, 맥주를 들이키는 법을 배운 일도 없었다. 창녀가 엔키두에게 말했다. ‘음식을 드세요, 엔키두. 그것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어요. 맥주를 마셔요. 땅에서 살아가는 관습이에요.’ 엔키두는 배가 터지게 빵을 먹었고, 일곱 단지나 되는 맥주를 마셨다.”

김산해(2005). [길가메시 서사시]. 서울:휴머니스트출판그룹. 86-87쪽.

 

김산해 저 길가메시 서사시(사진출처:교보문고)

 

메소포타미아의 왕이며 반신반인(半神半人)이었던 길사메쉬의 전우이자 친구인 엔키두가 「처음에는 빵을 먹는 법이나 맥주 마시는 법을 모르는」 미개인으로 묘사됩니다. 물을 마시느냐 맥주를 마시느냐가 미개인과 문명인의 차이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맥주를 좋아한 메소포타미아에서는 맥주가 수십 종류나 있었습니다. 재료, 제법이나 발효기간에 의해 명칭도 달라졌었습니다. 그리고, 맥주는 시카르라고 불리며 사랑과 전쟁의 여신이자 미, 그리고 생식과 농업, 소생, 아침과 저녁의 여신 인안나에게 바쳐지는 귀중한 제물이기도 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고대의 사람들은 맥주가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방치해둔 액체가 맛있는 음료가 되어 마시면 취하게 되어 기분 좋게 해주는 기적(?)이 그러한 생각을 하게 한 것일 겁니다.

 

인안나(사진출처:나무위키)

 

고대 이집트에서는 맥주가 약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맥주 단독으로도 진통제, 위장약, 강장제, 종기를 치료하는 연고로 사용되었습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특정한 약초나 향신료를 섞어서 특정 병에 걸린 환자에게 먹이기도 했습니다. 이집트의 의학서를 보면 그러한 약용 맥주의 종류는 세 자릿수에 달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하얀 맥주, 빨간 맥주, 달콤한 맥주, 약용맥주, 굉장히 달콤한 맥주 등으로 말입니다.

 

스미스 파피루스(사진출처:과학중심의학연구소)

 

그 증거로 1862년 미국의 고고학자 에드윈 스미스에 의해 발견된 ‘스미스 파피루스’는 기원전 1700년경에 완성된 것으로 ‘세계 최초의 외과 교과서’로 불리는 문서입니다. 이 파피루스에는 각종 난치병과 그에 대한 치료방법이 체계적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48종의 외상을 분석하여 진찰, 진단, 의사가 직접 치료를 실시할지 여부, 치료 과정 등의 순서에 따라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 문서에는 복통을 호소하는 한 여성 환자를 진단한 결과 음문(陰門)에 문제가 생겨 월경을 할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의사는 환자에게, 혈액이 막혀 있으니 혈지(실핏줄이 늘어나서 생긴 사마귀)와 달콤한 맥주를 섞어 나흘 동안 복용하도록 하는 한편 안약연고와 유향(乳香)을 섞은 연고를 음부에 바르도록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도 기원전 2100년경의 점토판에 맥주를 사용한 약의 배합표가 새겨져 있습니다. 맥주 자체에 약효가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물을 끓여서 양조하기 때문에 정수가 되지 않은 물을 마시는 것보다는 훨씬 건강에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맥주의 효용은 그 외에도 이집트에서는 화장수나 샴푸로도 사용되었습니다. 마치 1980~90년대에 맥주로 머리를 감으면 색이 빠진다는 것으로 알려진 것처럼 말입니다. 양파와 섞은 맥주는 변비약으로도 사용되었고, 맥주와 말린 올리브가루는 위장약 그리고, 케케묵은 맥주는 강장제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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