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각종 교통수단이나 통신수단으로 인하여 좁아지다 보니 우리의 주변에서도 외국음식 전문점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 외국 음식 중에서 튀르키에의 전통음식인 케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케밥(Kebab)'은 옛날 터키 군대의 전투식량이었습니다. 케밥은 쇠고기나 양고기 혹은 닭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을 한 후, 막대기에 수직으로 감아 회전시켜 가며 불에 구운 것을 각종 채소와 함께 먹는 음식입니다. 터키의 병사들이 한때 그리스 영토였던 아나톨리아 지방을 공격하면서 야전에서 구워 먹은 고기가 케밥의 유래입니다.
처음에는 고기를 굽기 위해 칼을 사용했지만 전쟁터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먹기 시작하면서 칼 대신에 꼬챙이나 쇠막대기를 사용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의 꼬치구이인 '도네르(Doner) 케밥'과 '시시(Shish) 케밥'으로 발전했습니다. 시시 케밥의 '시시(shishi)'는 꼬챙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우리나라에 있는 케밥 전문점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도네르 케밥으로 18세기 때부터 발전된 음식으로 L자형 쇠막대기에 얇게 썬 고기를 감아구운 후 빵에 싸서 샌드위치처럼 먹는 것입니다.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널리 퍼져 있는 케밥은 조리법에 따라 그 종류만 200~300가지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꼬치구이'라고 할 수 있는 케밥이 이처럼 다양하게 발전한 이유 중의 하나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서 왕의 식사에 동일한 요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를 자랑하는 터키의 대표 음식인 케밥이 전투식량에서 비롯된 이유는 요리의 간편성 때문이었습니다. 생사가 오고가는 전쟁터지만 먹지 않고는 싸움을 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전투를 하는 병사는 든든하게 먹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고기를 통째로 구우려면 언뜻 생각해도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고기가 다 익을 때고 그 고기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적군은 없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안이 고기를 여러 조각으로 얇게 썰어 검에 꽂아 굽는 것이었습니다. 이 방법은 통째로 구울 때보다 시간을 훨씬 절약하면서 배불리 먹고 바로 전투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터키에서 케밥이 개발된 것은 대략 1070년 이후라고 생각되지만, 사실 케밥과 같은 '꼬치구이'는 훨씬 이전부터 발칸 반도와 중근동지방에서 고기 요리법으로 자리를 잡았던 요리입니다. 비잔틴 시대 때 이미 고기를 꼬챙이에 구워 먹는 그림이 있었으며, 호머 Homer의 “오디세이 (Odyssey)”에도 케밥과 비슷한 음식에 대한 묘사가 있는 점으로 보아 그 역사는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산스크리트어와 타밀어로 쓰인 문학작품에도 케밥이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인도의 이슬람교도들도 즐겨 먹었던 세계적인 음식으로 보입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출판한 “옥스퍼드 식품사전(Oxford Companion to Food)”에 따르면 중근동 지방에서 케밥이 발전했던 이유는 기후 특성 때문이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합니다. 중근동 지방은 사막 지역이라 주로 나무인 땔감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사막의 유목민들에게 땔감은 귀한 연료였고, 고기를 구워 먹을 때도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얇게 썰어 꼬챙이에 꽂아 구웠다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케밥은 터키의 전통 음식이지만 사실 꼬치구이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산적, 일본의 로바다야키, 인도의 탄두리(tandoori), 그리스의 수블라키 (souvlaki), 프랑스의 브로셰트(brochette) 등 전 세계 공통의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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